11월 6일 일요일 산행 목적지는 예전에 호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해서
호명산이라 이름 붙여진 청평에 있는 호명산이었다.
상봉역에서 도봉산 자연인님들을 만나 춘천행 전철을 타고 청평역에 도착해서도
아침 일찍부터 내리던 비가 그대로 내리고 있었다.
창넓은 창가에 앉아 커피향을 마시며 바라다보면 딱 좋을 정도로
곱게 내리고 있는 비가 그날은 얄밉기까지 했다.
우리는 우중산행에 맞추어 채비를 하고 산을 오르기 시작하였으나
비옷을 입은 탓일까 얼마 지나지 않아서부터 땀이 주룩주룩 흐르기 시작하면서
몸이 무거워졌다.
결국 나의 저조한 근력이 나타나면서 슬슬 일행과 뒤처지기 시작하고...
숨은 턱까지 차오르고...
다리는 앞으로 내디디기가 힘들 정도라.
그 빗속에서도 석철님은 구령을 붙여주시면서까지 뒤를 밀어 붙이셨다.
애~고!! 시작부터 처지기 시작하면 낙오된다고 하시면서 말이다.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마는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를 높다 하더라
양사언의 옛시조를 읊으면서.. 헉 헉~~
운무가 가득 낀 산속의 나뭇가지 끝에 물방울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모습을 보고
“풀끝에 매달린 이슬이 하도 고와서 따다가 실에 꿰어 두었더니 아침해가 떠오르자 사라져버리더라.
인생은 한갓 풀끝에 매달린 이슬과 같은 것”이라는 귀절을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떠올라
뒤처진 석철(? ㅋㅋ)님과 함께 인생의 무상함을 나누기도 하면서.. 헉 헉 ~~
풀끝에 맺힌 이슬과 같이 짧은 삶속에서 만난 인연을 소중하게 엮어 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되겠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헉헉~~
운무가 가득한 온산은 50미터를 가늠할 수 없어
고향의 어릴 적 추억을 켜켜히 쌓아놓은
그런 어쩌면 포근한 느낌마저 드는 산의 전경을 바라보면서... 헉 헉~~
아~~자!! 부지런히 앞장 선 일행을 뒤쫓았다.
호명호수를 앞에 두고 능선을 지나는데 길가에 있는 나뭇가지에 기온의 이상변화 때문인지
생명의 봉오리들이 알토랑같이 맺혀있어
이 비가 그치고 기온이 내려가지 않는다면 꽃과 잎이 톡 튀어나올 듯 통통하게 영글어 있는 모습이
지금이 어느 계절인지를 모르게 해 주고 있었다.
드디어~~ 호명호가 멀리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雲霧 때문에 흐릿한 모습만 눈에 들어올 뿐...
우리는 호숫가로 내려가 운무가 가득한 호수를 바라보며 감탄의 환호를 질렀다.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산에는 운무가 산허리를 휘감고 있고,
호수에서 피어오르는 물안개와 그 안개가 낀 호수에 비추인 산그림자는
一筆揮之의 격조있는 자연의 수묵작품이었다.
눈앞에 펼쳐진 운치있는 전경속으로 먹빛따라 붓끝쫓아
내 영혼이 서서히 호명호로 스며들어가 자연의 수묵작품이 된 듯~~
기분이 아주 몽롱해졌다.
우리는 부지런히 추억을 카메라에 담고 상천역을 향해 하산을 계속하였다.
상천역에 다다를 무렵 군락을 이루어 하늘로 쭉쭉 뻗은 잣나무 숲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그동안 많은 산행경험은 없지만 호명산을 등반하면서 다 같은 산인데
그 산마다 가지고 있는 느낌이 다르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청평에서 오르는 코스는 정말 힘들어 내가 아직 멀었구나 하고 자신의 한계를 느꼈다.
마지막 가을의 끝을 잡고 있는 호명산의 단풍마저 정말 아름다웠고,
나뭇잎을 떨군 쓸쓸한 가지보다 떨어져 쌓인 나뭇잎이 나를 더욱 애잔한 느낌이 들게하여
다시 한 번 눈꽃이 가득 핀 겨울산행을 생각하게 하는 산이었다.
상쳔역에서 그 지역 특산물인 잣으로 만든 두부와 두부찌게.
그리고 막걸리까지 우리들에게 추억을 한아름 안겨주는 즐거운 산행이었다.
산행코스: 상봉역(경춘선) → 청평역 → 호명산 → 기차봉전망대
→ 호명호 → 큰골 → 상천역(8.5㎞ 약5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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