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3회 갈물한글서회 출품 작) 40 X 55

 

 

백자를 곁에 두고  (박영식, 198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부문 당선작)

 

담담히 눈이 내려 숨결 맑힌 여백의 땅

겨울강에 귀대이면 물소리도 쟁쟁한데

푸드득 바람이 치면 일어서는 참대밭

 

묵향이 번져나면 풍로에는 차가 끓고

난잎이 흔들리면 남루 시름 벗어지고

마음도 조촐히 비우면 청산 나는 학이다

 

꽃잠 여는 아자창이 새벽빛을 토해내면

이 시린 샘물 길어 매끈히 알몸 씻고

어느 뉘 머리맡에서 가부좌로 앉는 여인

 

앞마당엔 뼛가루가 홍매가지 설레는 밤

거문고 줄을 골라 둥기둥 애환 풀면

아득한 저 문갑 위로 왕조의 흰 달이 뜬다

 

갈물한글서회는 한글서예를 연구하고 궁체를 위주로 창작활동을 하는 단체이다.

그런데 이번 전시는 전각, 그림, 판본체를 30% 미만은 가능한 작품을 출품하도록 해서

궁체 정자와 어울리도록 디자인적 캘리와 학은 전각으로 작품을 구성해 보았다.

예전의 작품의도는 글감으로 인한 감동이 많은 자리를 차지하였지만

지금은 순간의 감동도 요구되는 시대적 공통분모가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시도해 보았다.

'♧ 우청갤러리 > ♣ 서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굿111  (0) 2014.09.15
아름다운 동행(전각과 캘리그라피 청첩장)  (0) 2014.09.11
아리랑 10수  (0) 2014.01.31
아리랑(2)  (0) 2013.12.19
我 空(아공)  (0) 2013.12.14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