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의 향상에 따라 서예를 좋아하고 배우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서예와 붓글씨는 사용
하는 도구가 서로 같음으로 말미암아 종종 동일하게 취급하였는데, 특히 일상에서 이미 붓글씨를 사용하
지 않는 오늘날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실제에 있어서 두 가지의 목적과 요구는 서로 같지 않고
효과와 가치도 판이하게 다르다.
붓글씨의 주요 목적은 실용이므로 단지 필획이 분명하고 글자체가 단정하면 된다. 그러나 서예는 실용뿐
만 아니라 더욱 중요한 것은 반드시 감상과 심미가치를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예술성이 있고
없는 것이 서예와 붓글씨를 구별하는 근본 표준이다. 오늘날의 붓글씨는 실용을 위한 것은 아니지만 아직
일정한 예술성을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에 서예라 단정할 수 없다.
서예는 예술 창작의 일종이다. 서예의 예술성은 필묵 · 결체 · 장법 · 신운 · 정취 등 여러 방면에서 나타난
다. 예를 들면, 필획은 단지 평평하고 곧을 수 없고, 필력과 입체감을 갖추어야 하기 때문에 기필 · 행필 · 수
필 · 제안 · 사전 등에서 모두 엄격한 요구가 있다. 따라서 서사한 필획은 혹 추획사와 같고, 혹 절차고와 같
으며, 혹 옥루흔과 같아야 한다. 먹색은 진하고 엷고 마르고 윤택함(濃 · 淡 · 枯 · 潤)의 구분이 있어야 하므
로 모두 검고 빛나며 밝을(黑 · 光 · 亮) 수만은 없다. 결자는 균등하고 평정하여야할 뿐만 아니라 또한 기울
고 치우치고 성글고 조밀한 변화가 있어야 하며 "성근 곳은 말을 달릴 수 있고, 조밀한 곳은 바람을 통하지
않도록 한다." 점과 획은 서로 호응하고 형태는 많은 자태가 있어야 하며, 절대로 4개의 점을 같은 모양으로
배열해서는 안 된다. 만약 점을 바둑알처럼 같은 크기로 배열한다면 이를 '포기(布棋)'라 하고, 필획도 땔나
무처럼 뻣뻣하면 이를 '속신(束薪)'이라 한다. 이는 모두 서예에서 금기하고 있다.
전체 장법은 크기가 일정하지 않고, 종횡으로 행을 이루어야 완전하다고 하겠다. 각 행마다 행기가 관통하
고, 글자의 형체는 크고 작은 변화와 바름과 기울음이 있어야 한다. 때로는 느리고 빠르며, 질탕과 기복은
마치 음악과 같이 절주와 운율이 있어야 한다. 전체 작품은 선명한 풍격, 예를 들면 유려(流麗) · 전아(典雅)
· 고졸(古拙) · 옹용(雍容) · 노랄(老辣) · 치졸(稚拙) · 비동(飛動) · 야일(野逸) · 무밀(茂密) · 소담(疏淡) 등
강렬한 예술적 느낌이 있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붓글씨는 단지 필획만 쓰는 것이니, 이는 마치 아무 생각 없이 길만 걸어가는 것과 같다. 혹자
는 마치 습관처럼 표정과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반복적으로 쓰기만 하는데, 이와 같은 글씨는 당연히 평담
할 뿐이다. 그러나 서예는 느낌 · 온양 · 구상 및 막을 수 없는 표현의 욕망이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서예작
품은 강렬한 정감을 갖추어 감상자를 감동시킬 수 있어야 한다. 서예는 이미 예술창작이기 때문에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 성공한 작품은 종복할 수 없는 예술성을 갖추고 있다. 붓글씨는 틀린 글자를
제외하고 거의 실패할 일이 없으니, 인쇄기처럼 반복하여 써 내려 갈 수 있다.
서예와 붓글씨는 바로 이와 같은 구별이 있다. 그러므로 옛날부터 몇 천 년 동안 많은 지식인들이 비록 붓으
로 글씨를 썼지만, 공인을 받고 탁월한 성취를 이룬 서예가는 결코 많지 않았다. 현재 일상에서 사용하는 실
용적 서사는 이미 만년필 · 볼펜 · 연필 등의 경필로 대체되었고, 붓으로 글씨를 쓰는 것은 대부분 감상과
성정을 깃들이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 따라서 붓글씨가 곧 서예라 할 수 없고, 서예는 일정한 기교
공부와 예술 수양을 갖추어야 한다.
추획사(錐劃沙) : 서예의 선을 붓과 종이 대신 송곳으로 모래에 그으면, 모래의 형태가 양변으로 볼록하게
일어나고, 중간은 오목하게 들어가며, 선이 그어져 침착하면서도 험절한 형세가 나타난다.
이를 흔히 중봉(中鋒)을 비유하는 말로 사용하곤 한다.
절차고(折釵股) : 이는 비녀다리가 부러져도 구부러진 형체는 여전히 둥글다는 것을 기리키는 말이다. 서예
에서는 이것으로 전절하는 곳의 용필과 예술효과를 비유하였다. 또한 필획을 전절할 때는
붓털을 종이 위에 평평하게 펴서 필봉을 바르고 둥글게 해야지 비틀어 구부려서는 안 된
다.
옥루흔(屋漏痕) : 이는 세로획 용필과 예술 효과를 비유한 말이다. 세로획의 행필은 절대로 곧게 쏟아져 내
리지 말고 손과 팔을 미미하게 좌우로 돈좌(頓挫)하며 운행하여야 한다. 마치 집의 벽에 새
는 물이 꿈틀거리며 내려가 머문 흔적이 포만하고 원활하며, 생동하고 자연스러운 것 같이
하여야 한다.
『서사기법』7p ~ 9p, 주준걸(저) 곽노봉 · 이정자(옮김), 다운샘,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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