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산 선인봉

 

 

산을 오르며(김철순)

 

산을 오를 때마다

나는 실어증 환자가 된다

모든 말을 버리고 나면

오롯이 열리는 귀

내 생의 한 부분에

이렇게 아름다운 소리가 살아있다는 걸

말을 버리고서야 비로소 알 수가 있다

솔바람이 불 때마다 작은 잎새들

몸 부딪는 소리

세찬 바람이 불 때는

큰소리 쳐가며 살았지만

그래도 저렇게 몸을 부비며

살갑게 살아온 날이 더 많았어

산을 오르고서야

비로소 내려다 보이는 걸어온 길

내 뒤의 다른 사람들도 힘겹게 오르는 것이 보인다

힘들게 오를 때는

나만 힘든 길인줄 알았는데

 

이 시는 『꿈속에서 기어 나오고 싶지 않은 날』54p에 수록되어 있다

어느 한 시절 "왜 나만~"이라는 생각에 빠져서 무척 힘들었던 고비가 있었는데~~

내 생각의 변환점이 되어 준 시이다~ !!

"힘들게 오를 때는 나만 힘든 길인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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