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이 머무는 곳/♣ 詩와 文
백자를 곁에 두고(박영식)
임우청
2014. 4. 12. 11:16
백자를 곁에 두고 (박영식, 198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부문 당선작)
담담히 눈이 내려 숨결 맑힌 여백의 땅
겨울강에 귀대이면 물소리도 쟁쟁한데
푸드득 바람이 치면 일어서는 참대밭
묵향이 번져나면 풍로에는 차가 끓고
난잎이 흔들리면 남루 시름 벗어지고
마음도 조촐히 비우면 청산 나는 학이다
꽃잠 여는 아자창이 새벽빛을 토해내면
이 시린 샘물 길어 매끈히 알몸 씻고
어느 뉘 머리맡에서 가부좌로 앉는 여인
앞마당엔 뼛가루가 홍매가지 설레는 밤
거문고 줄을 골라 둥기둥 애환 풀면
아득한 저 문갑 위로 왕조의 흰 달이 뜬다